AI가 바꾼 건 지원자의 역량이 아니라 서류의 신뢰도입니다 안녕하세요, ‘바쁜 HRer를 위한 지식레터’의 Toby입니다. 😊
지난주에는 인성검사만으로는 조기퇴사를 막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괜찮은 사람'인지 보는 검사와 별개로, 우리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먼저 정의하고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단계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확인하는 단계를 서류 전형 이후에 어떻게 짜면 좋을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요즘은 AI 덕에 지원서가 다들 잘 쓰여 있어서, 서류만 보고는 사람을 가려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면 서류 다음에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먼저 서류로는 알 수 없는 것, 그러니까 우리 조직에서 꼭 확인해야 할 항목부터 정하고, 그 항목을 과제로 볼지 면접으로 볼지 진단으로 볼지 정한 다음, 마지막으로 누가 판단할지를 정하는 순서로 풀어보겠습니다. 이 내용은 바로 쓰실 수 있도록 한 장짜리 양식으로도 만들어 두었으니 마지막에 받아 가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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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하나에 지원서 수백 건, 열어보면 다 비슷하다면?
올해 채용을 한 번이라도 돌려보신 분이라면 아마 겪으셨을 겁니다. 공고를 올린 지 며칠 만에 지원서가 수백 건 쌓입니다. 열어보면 문장은 매끄럽고 구성은 빈틈이 없고 직무 키워드는 빠짐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첫 문단은 회사의 비전을 정확히 인용하고, 둘째 문단은 직무 요건을 하나씩 짚으며 자기 경험을 대응시키고, 마지막은 포부로 끝납니다. 잘 썼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30건쯤 읽으면 누가 누구였는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50건을 넘기면 어느새 학교와 경력 연차 같은 예전 기준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이렇게 봅니다.
AI가 바꾼 것은 지원자의 실력이 아니라, 서류를 보고 사람을 가늠하던 근거입니다. 서류가 쓸모없어진 게 아닙니다. 서류를 얼마나 잘 썼는지만으로는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워진 겁니다.
예전에는 글을 조리 있게 쓰는 사람, 회사를 알아보고 지원한 사람, 직무를 이해하는 사람이 서류에서 티가 났습니다. 이제는 AI를 쓰면 그런 흔적을 금방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류를 얼마나 잘 썼는지 따지기보다, 서류 다음에 무엇을 직접 확인할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숫자로 보면 이 변화는 이미 꽤 진행된 상태입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링크드인에는 분당 평균 1만 1천 건의 지원서가 접수되고 있고, 이는 전년 대비 45% 늘어난 수치입니다. 같은 기사에는 원격직 한 자리에 며칠 만에 1,200건이 몰려 공고를 조기 마감한 뒤에도 석 달째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는 HR 컨설턴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하유의 「2026 AI 채용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실제 채용에 제출된 자기소개서 가운데 64.4%가 AI 작성 의심으로 분류됐습니다. 2024년 48.5%에서 1년 만에 15.9%포인트 올랐습니다. '작성 의심'이 실제로 AI를 썼다는 뜻은 아니지만, 담당자가 받아 보는 서류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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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면접이 아직 서류를 확인하는 자리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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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현장에서 저희가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평가위원들 의견을 모으면 "전반적으로 괜찮았다"는 말은 이어지는데, 막상 누가 왜 더 나았는지 설명할 근거는 남지 않는 경우입니다. 면접에서 던진 질문이 자소서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원자는 자소서에 쓴 대로 답했고, 준비한 답이니 막힘이 없었고, 세 명을 봤는데 세 명 다 괜찮았습니다. 그러면 결국 인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서류에서 알 수 있는 게 줄어들수록, 다음 단계는 오히려 감에 기대기 쉬워집니다. 무엇을 볼지 정하지 않고 들어간 면접은 질문이 지원서 확인에 머물고, 최종 판단은 '말을 잘했다', '인상이 좋았다'로 끝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더 좋은 서류 필터가 아니라, 서류 이후에 무엇을 확인할지 조직이 먼저 정하는 일입니다. AI 서류 검사 단계를 붙일지, 과제 전형을 넣을지, 성향 진단을 쓸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바로 써먹는 방법: 서류 이후 검증은 이 순서로 짭니다
첫째, 서류로는 알 수 없는 것을 세 칸으로 나눠 적습니다. ① 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 ② 우리 팀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 ③ 입사 후 적응에서 꼭 확인해야 하는 것. 예를 들어 지난 1년간 나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일이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아 힘들었다"고 했다면 ②번 칸에 '모호한 상황에서 스스로 일을 정의해본 경험'이 들어갑니다.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의 조건'이 아니라 '우리 조직에서 확인해야 할 지점'을 적는 겁니다. 이 목록이 조직마다 다른 게 정상이고, 옆 회사 것을 가져오면 안 됩니다.
둘째, 각 항목의 주 평가도구를 정합니다. 직무 역량은 과제나 직무시험으로 실제로 할 수 있는지 보고, 구조화 면접으로는 전에 어떻게 일했고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묻습니다. 판단력과 협업 방식은 행동사례 질문과 상황 질문으로 봅니다. 자소서에 쓴 걸 다시 말하게 하는 데서 끝내지 말고, 그때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 파고들거나 새로운 상황을 주고 어떻게 하겠는지 물어야 합니다. 조직의 방향과 일하는 방식은 진단 결과를 참고하되, 면접에서 실제 경험과 행동으로 다시 확인합니다. 진단이 답을 주는 건 아닙니다. '이 사람은 이 부분을 면접에서 물어봐야 한다'고 표시해 주는 역할입니다. 중요한 항목일수록 결과 하나만 믿지 말고 다른 근거와 겹쳐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누가 무엇을 판단할지 역할을 정합니다. 인사팀은 평가 기준과 질문이 면접마다 흔들리지 않게 관리하고, 현업은 직무 역량과 실제로 같이 일할 때 어떨지를 봅니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그 팀에서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현업도 함께 봐야 합니다. 필요하면 면접위원마다 볼 항목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모든 것을 제각각 평가하면, 결국 아무도 책임 있게 평가하지 못합니다. 역할이 나뉘면 면접 뒤 논의가 '느낌이 어땠다'를 주고받는 자리에서 '항목별로 무엇을 확인했다'를 맞춰 보는 자리로 바뀝니다.
이 세 가지를 A4 한 장에 적어두는 것만으로 면접의 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서류를 확인하는 자리에서, 서류로 알 수 없던 것을 확인하는 자리로요. 왼쪽에 확인할 항목, 가운데에 주 평가도구, 오른쪽에 판단자. 이번 채용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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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AI로 쓴 지원서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AI를 썼느냐보다 중요한 건 실제 역량을 확인했느냐입니다. AI 탐지 결과도 그것만으로 당락을 정하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해 보라'는 신호로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걸러야 할 대상은 'AI 사용'이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채용'입니다. 그리고 위의 설계는 서류 물량 자체를 줄여주지는 못합니다. 1,200건이 들어오는 걸 막는 방법이 아니라, 그중 30명을 만난 뒤에 무엇을 볼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마무리
AI가 바꾼 것은 지원자의 실력이 아니라, 서류를 보고 사람을 가늠하던 근거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가려내는 무게는 서류 다음 단계로 옮겨가고 있고, 그 단계에서 무엇을 볼지는 도구보다 먼저 조직이 정해야 합니다. 그래버HR이 생각하는 채용도 같은 순서입니다. 먼저 우리 조직의 비전과 일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정리해 두고, 그다음 지원자를 그 기준과 비교해 면접에서 무엇을 더 확인할지 찾습니다.
오늘 이야기한 내용을 한 장으로 정리했습니다. 저장해 두셨다가 다음 채용 때 꺼내 쓰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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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는 "컬처핏, 팀핏, 직무핏, '맞는다'는 말부터 구분해야 합니다"로 찾아뵙겠습니다. 컬처핏이 높다고 직무핏까지 높은 건 아니라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toby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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